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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방’ 찾는 한인들 “살고 싶어서”

“자 다같이 외쳐볼게요. ‘잘살고 있다~잘살고 있다!’”   지난 2월 8일 오전 10시 LA한인타운 시니어&커뮤니티 센터 2층 강당에 모인 한인 약 20명 목소리에는 힘이 담겼다. 이들은 매주 목요일 오전 LA카운티정신건강국 한인 정신건강 프로모터 3명이 이끄는 ‘수다방’에서 마음속 이야기를 꺼낸다.   처음 참석한 이들은 수다방이란 이름에 친숙함을 느꼈다고 한다. 최경희(91) 할머니는 “우리는 아무것도 묻지 않아. 그냥 고민거리나 답답함을 말하면 된다”며 모임을 설명했다. 최 할머니는 “팬데믹 동안 집에만 갇혀 있었더니 치매인지 기억력이 없어지고 우울했다. 작년 4월부터 수다방에 온 뒤로 싹 좋아졌다”며 웃었다.   중증 우울증에 시달렸다는 홍숙희(가명·60)씨는 “혼자 참고 또 참으니 결국은 감정이 폭발했다. 내가 원래 이런 성격이었나 싶을 정도로 분노폭발이 무서웠다”면서 “수다방에서 마음의 고통을 조금씩 표현하고 발산하고 나니 많이 좋아졌다”고 전했다.   한인사회에서 정신건강 중요성을 알리는 노력이 한창이다.   관련기사 우울 경험 한인 90%…“참는다” 70%   수다방은 시니어&커뮤니티 센터와 LA카운티정신건강국이 한인 우울증 예방 및 치유, 정신건강 교육 및 상담을 목적으로 개설했다. 지난 1년여 동안 정신건강국의 최남진·김단아·최영화 프로모터는 정신건강 중요성을 알리고, 매주 주제를 정해 서로 고민을 털어놓고 다독이도록 돕고 있다.   이날 참석자들은 세 팀으로 나눠 수다를 시작했다. 주제는 ‘나만의 스트레스 방지 및 해소방법’. 참석자들은 이름, 나이, 사는 곳, 하는 일을 묻지 않았다. 서로 눈치 보지 않고 익명을 보장하기 위한 ‘규칙’이라고 한다. 한 명, 두 명 각자의 고민을 꺼내자 이들은 공감을 표했다. ‘나만 힘든 것이 아니었구나’라는 동병상련의 눈빛이다.   김지희(가명·50대)씨는 우울증으로 극한 상황까지 갔다 왔다고 한다. 김씨는 “엄마가 돌아가신 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며 “1년 넘도록 침대에만 머물고 먹는 것도, 사람 만나는 것도 싫었다. 이러다가 내가 정말 큰일을 겪겠다는 생각에 마음을 고쳐먹고 모임에 나왔다”고 말했다.   김순이(가명·79) 할머니는 “3층짜리 집에 혼자서 7년을 보냈다”며 “귀가 서서히 안 들리고 눈도 잘 안 보이기 시작해 사람을 만나고 모임에 나가는 것을 피하게 됐다. 내가 총명하지 못하단 생각에 불안하고 우울했지만 혼자 참기만 했다. 살고 싶어 상담모임에 나왔고 지금은 음식도 무조건 많이 먹는다”고 말했다.   팬데믹 이후 한인 우울증 등 정신건강 문제를 호소하는 이들은 증가세다. LA 한인타운 소재 이웃케어클리닉(KHEIR Clinic)에 따르면 정신건강 상담은 지난 2023년 2786건으로 전년 2080건보다 34%, 2019년 1542건보다 2배 가까이 늘었다.   이웃케어클리닉 측은 “2019~2023년 상담유형 중 ‘우울과 불안’이 압도적으로 많았다”며 “의료진이 내린 진단 전체 769건 중 우울장애 320건, 불안장애 252건으로 전체유형의 75%나 차지했다”고 전했다.   한인가정상담소(KFAM) 정신건강 상담도 2023년 367건으로 전년보다 60%나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상담 중 우울증은 125건으로 34%나 차지했다. 25세 이하 저소득층에게 정신건강 상담을 제공하는 한인타운청소년회관(KYCC) 역시 지난해 환자 34%가 우울증을 호소했다고 전했다.   LA카운티정신건강국(LACDMH)은 우울증을 방치하면 자살 등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며 적극적인 표현과 상담을 당부했다. 하지만 한인 상당수는 우울증 등 마음의 병을 드러내기 꺼려 상황을 악화시킬 때가 많다.   최영화 정신건강 프로모터는 “한인은 고민이나 우울감을 지나치게 속에 쌓아두고 남 눈치도 본다”며 “체면이나 남의 시선보다 본인과 가족의 건강이 더 우선이다. 우울증은 마음의 감기로 초기에 잘 대응하면 얼마든지 잘 나을 수 있다. 다양한 치료법이 있으니 두려워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도움을 받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수다방에서<시니어센터 상담모임> 마음 병 고쳤어요” 김형재 기자 kim.ian@koreadaily.com힐링캘리포니아 2 수다방 우울증 한인 우울증 우울증 불안증 중증 우울증 한인사회 미국 한인 미주 한인 캘리포니아 로스엔젤레스 LA 로스앤젤레스

2024-03-11

[건강 칼럼] 코로나19 상실감 해소 중요

팬데믹의 장기화로 “코로나19로 지난 2년여는 잃어버린 시간, 없는 시간이 됐다”는 말을 흔하게 듣게 됐다. 코로나19로 시간의 상실, 일상의 상실을 겪고 있다는 의미다.     상실(Loss)의 사전적 의미는 1. 어떤 사람과 관계가 끊어지거나 헤어지게 됨, 2. 어떤 것이 완전히 없어지거나 사라짐이다. 상실감은 무엇인가를 잃어버린 후의 느낌이나 감정 상태를 말한다. 영어로 상실감을 뜻하는 Grief는 한국어로 깊은 슬픔, 비탄, 비통 등으로 풀이할 수 있는데 정신건강의학에서는 대상을 상실에 따른 심리, 생리적 반응이라고 본다.     동반되는 반응에는 애도와 비탄이 있으며 애도(mourning)는 심리적 과정을, 비탄(grief)은 상실로 인해 수반되는 정서적 반응을 가리킨다. 상실감의 요인은 사별, 이별, 이혼, 유산, 실직, 사업실패, 은퇴, 이직, 건강악화 등처럼 관계, 역할, 상황, 환경, 신체·건강 등 다양하다. 이렇듯 누구나 살면서 크고 작은 상실과 상실감을 경험하게 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더 많아지고 더 커졌다.     연방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팬데믹 동안 가족이나 사랑하는 이를 잃거나 재난이나 매우 충격적인 일을 겪으면서, 상실감을 느끼는 사례가 늘었고 이를 다스릴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상실감은 정신건강 장애는 아니지만 이를 해소하지 못하면 우울증으로 발전할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상실감에 반응하는 감정과 이로 인해 나타나는 심리적 증상은 사람마다 다른데 충격, 고통, 슬픔, 불안감, 죄책감, 안도감 등의 감정으로 인해 수면장애와 우울증, 불안증 등이 나타나기도 한다. 상실은 심리학적으로 보통 ▶부정 ▶분노 ▶타협 ▶우울 ▶수용과 회복의 5단계를 거치면서 해소되지만, 사람마다 어떤 단계에 머물거나 단계를 건너뛰기도 한다. 따라서 이런 감정과 증상을 일단은 어떤 변화(상실)에 대한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반응과 과정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고통은 나누면 반이 된다는 말처럼 스스로 해결하려고 하기보다는 힘들다면 표현하고 주변에 도움을 청할 것을 권한다.     상실감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이를 무시, 부정, 회피하거나 숨기거나 담아두기보다는 건강하게 받아들이고 표현, 발산하는 슬기로움이 필요하다. 주변 사람에게 얘기하거나 사람을 자주 만나거나 요리 등 취미생활 또는 자아실현 활동을 하는 등 각자에게 맞게 해소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수용과 회복에 이르지 못하고 시간이 지나도 분노, 슬픔, 우울 등의 감정이 옅어지지 않는다면 전문가의 상담을 받아볼 것을 권한다.     ▶문의: (213)235-1210 문상웅 / 심리상담전문가 이웃케어클리닉건강 칼럼 코로나 상실감 상실감 해소 우울증 불안증 슬픔 비탄

2022-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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